초록
북한은 노동당 최고 행사인 9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를 통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공식화했다. 김정은 정권은 9차 당대회에서 남한을 ‘한국’으로 지칭하며 동족 및 통일 담론에서 이탈하는 대남 인식을 보여줬고, 남한을 ‘제1의 적대국’이자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며 이를 고착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도 시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한 남한의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무력 대응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강경한 대남 노선을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북한 지도부가 유지해왔던 ‘하나의 민족·하나의 국가’ 인식에서 벗어나 남북관계를 구조적으로 분리된 국가관계로 재정의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북한 내부의 대남정책 담당 인사 변화와 지속적인 대남 메시지 발신은 북한이 남한을 단순한 무관심의 대상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공존하는 전략적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은 단기적으로 남북관계 경색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지만, 국제정세와 북한 내부 환경 변화에 따라 정책 조정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한국은 단기적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평화공존을 기반으로 한 대북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북미 관계 개선을 활용하여 남북관계 개선의 기반을 마련하는 외교적 접근을 병행해야 한다.